전창엽 음악감독은 한국 드라마 OST에서 판타지 로맨스부터 휴먼 메디컬 드라마, 심리 서스펜스 법정극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특유의 섬세하고 품격 있는 사운드를 완성해 온 사운드 디렉터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 <낭만닥터 김사부>, <지옥에서 온 판사>를 통해 그는 드라마의 분위기와 감정선을 음악으로 설계하여 시청자 몰입도를 높이고, K-드라마 사운드트랙의 미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 속 OST의 흐름과 음악 연출 전략을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별에서 온 그대: 판타지 로맨스를 현실로 만든 음악
2013년 방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인과 여배우라는 비현실적 설정 속에서도 현실적인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 작품으로, 한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의 대표작입니다. 이 성공의 이면에는 전창엽 음악감독의 섬세한 감정 설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OST에서 피아노와 현악기 중심의 서정적 사운드를 통해 주인공들의 운명적 사랑을 그렸고, 장면마다 감정 곡선을 따라 음악의 밀도와 리듬을 정교하게 조율했습니다. 특히 드라마의 대표 OST인 린(LYn)의 ‘My Destiny’는 반복적인 멜로디 라인을 통해 운명의 순환을 상징하며, 극 중 주요 키스신이나 이별 장면에서 감정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활용되었습니다.
극 초반에는 신비로운 음향과 간결한 테마로 도민준이라는 인물의 고독한 정체성을 강조했으며,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스트링과 합창이 더해지면서 감정의 스펙트럼이 확장됩니다. 이는 단순히 로맨틱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넘어서, 캐릭터 간의 정서적 변화와 내면의 갈등을 음악적으로 구성한 사례입니다. 또한 사운드 연출에서 ‘음악의 공백’을 적절히 사용해 긴장감과 여운을 조율함으로써, 감정이 과잉되지 않으면서도 몰입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전창엽 감독은 이 작품에서 OST를 단순 삽입곡이 아니라 스토리의 구조를 설계하는 요소로 끌어올렸고, K-드라마의 음악이 해외 팬덤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며, 글로벌 OST 전략의 전환점을 만들어냈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 휴머니즘의 온도를 사운드로 그리다
SBS의 장수 메디컬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2016~2023)는 단순한 병원 배경의 의학 드라마를 넘어서 인간성과 삶의 본질을 조명한 휴먼 드라마로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전창엽 음악감독은 이 드라마에서 차가운 수술실의 긴박한 상황과 따뜻한 인간 군상의 교차점을 사운드로 정밀하게 묘사해냈습니다. 특히 다양한 인간 군상이 얽힌 병원이라는 공간의 이중성을 살리기 위해, 그는 긴장감 있는 타악기와 전자음향을 수술 장면에 도입하는 동시에, 감정적인 장면에서는 피아노와 잔잔한 기타 리프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이질적인 분위기가 하나의 내러티브로 통합되는 음악 연출이 완성되었습니다.
또한 시즌 1~3에 걸쳐 메인 테마가 조금씩 편곡되고 악기 구성이 변화되며, 음악 자체가 인물의 성장과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는 장치로 발전합니다. 초반의 주제곡은 비교적 단순하고 절제된 구성이지만, 시즌 2 이후부터는 오케스트레이션이 확장되고 음향적 밀도가 높아지면서, 인물들의 내적 변화와 관계의 농도까지 표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창엽 감독은 ‘긴장’과 ‘공감’이라는 이중적 감정을 동시에 담기 위해 사운드 레이어를 다층적으로 구성했고, 특히 수술실의 기계음, 의사의 호흡, 정적 사이사이에 섬세한 음표를 배치함으로써 시청자 감정을 촘촘히 따라가도록 했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OST는 ‘의학적 긴박함’과 ‘인간적 따뜻함’을 동시에 설계한 대표적 사례로, 전창엽 음악감독의 균형 잡힌 연출 역량이 집약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옥에서 온 판사: 서스펜스와 인간성의 공존
2024년 초 방영된 <지옥에서 온 판사>는 심리 서스펜스와 법정극의 장르를 결합한 작품으로, 인간의 죄책감과 분노, 복수심이라는 복합 감정을 중심축으로 전개됩니다. 전창엽 음악감독은 이 드라마에서 기존 법정극의 관습적 음악에서 탈피해, 서사와 심리를 동시 설계하는 새로운 감각의 OST를 선보였습니다. 작품 전반에 깔리는 음악은 전자음과 저음의 현악기, 불규칙한 타악이 교차하며 극한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동시에, 인물 내면의 혼란과 무너짐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합니다. 특히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소음을 최소화한 ‘무음 사운드’와 미세한 음향의 반복을 통해, 정적 속 심리적 공포를 유도하는 실험적 접근이 돋보였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전창엽 감독은 '법정'이라는 구조적 공간을 단순한 장소가 아닌 '심리의 무대'로 전환시키기 위해, 음악을 시각과 동등한 서사 도구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증언 장면에서는 박자 없는 현악 음향과 배경 잡음이 혼합되어 진실과 거짓 사이의 모호함을 강조하며, 복수 장면에서는 반복되는 리듬 구조와 점층적 사운드로 감정 폭발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음악 전략은 시청자가 장면을 시각적으로 보기 전, 이미 정서적으로 예열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OST는 들리는 감정의 각본’이라는 전창엽 감독의 신념이 뚜렷이 드러나는 작품이며, 그의 음악은 드라마에서 단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청각적으로 해석하고 확장하는 장치로 작동했습니다.
장르를 넘어 흐르는 전창엽 음악의 힘
판타지 로맨스부터 휴먼드라마, 심리 서스펜스까지 — 전창엽 음악감독의 음악은 단순한 OST가 아니라 장면의 서사와 감정을 설계하는 정교한 장치입니다. 그의 음악은 장르와 관계없이 인물의 감정을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전하고, 장면 전환이나 클라이맥스에서 감정의 물결을 더해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특히 그는 피아노와 스트링을 기본으로 장르에 따라 전통악기, 전자 사운드, 리듬 파트까지 변주해 매번 새로운 음악 언어를 만들어냅니다. <별에서 온 그대>의 판타지, <낭만닥터 김사부>의 인간미, <지옥에서 온 판사>의 서스펜스 — 세 작품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으로 전창엽 음악감독의 감정선 설계 능력이 빛난 결과입니다. 앞으로 그의 음악은 K-드라마의 세계화를 이끄는 또 하나의 핵심 축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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