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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Director

김준석 음악감독 <시그널>, <비밀의 숲>, <더글로리>

by 드사 뮤직 2025. 6. 13.

김준석 음악감독의 대표 작품 <시그널>, <비밀의 숲>, <더 글로리> OST 앨범 커버

 

김준석 음악감독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감정선을 완성하는 데 핵심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시그널>, <비밀의 숲>, <더 글로리>와 같은 대표작에서 보여준 음악 연출은 극의 몰입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대표 작품들을 중심으로 음악 연출의 특징과 감정 전달 방식, 그리고 장면 속 사운드가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시그널: 장르물에 감성을 더한 긴장감의 사운드

tvN 드라마 <시그널>(2016)은 장르물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완성도 높은 서사와 연출로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김준석 음악감독은 ‘시간을 초월한 무전’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을 음악으로 현실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특히 주요 테마곡인 ‘재한의 추리’는 서스펜스와 감정선을 동시에 담아내며, 장면 전환과 주요 사건의 고조에 맞춰 정교하게 편곡되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을 넘어서, 장면 자체를 리드하는 서사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 형사가 무전을 통해 현재 형사에게 사건 정보를 전달하는 긴장된 순간마다 김준석의 음악은 관객의 호흡을 컨트롤하듯 감정의 리듬을 조절합니다.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선율과 전자악기를 섞은 앰비언트 사운드는 시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느낌을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또한 김준석은 반복되는 주제 선율을 활용해 ‘기억’과 ‘후회’라는 드라마의 정서를 반복적으로 상기시키며, 캐릭터의 내면과 시청자의 감정을 연결짓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시그널>은 장르물에서의 음악 연출이라는 측면에서 김준석의 디테일하고도 정제된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비밀의 숲: 감정 절제와 추리의 균형을 맞춘 사운드 연출

<비밀의 숲>(2017)은 법조계와 검찰 내부의 부패를 다룬 밀도 높은 추리극입니다. 김준석 음악감독은 이 작품에서 감정을 절제한 음악으로 극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방식으로 사운드를 설계했습니다. ‘절제된 긴장감’이라는 콘셉트는 등장인물들의 냉철한 성격과 이야기 전개 방식에 딱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비밀의 숲>의 음악은 일반적인 스릴러 작품의 과장된 효과음 대신, 미세한 템포 변화와 정적인 멜로디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사운드는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배경에서 조용히 흐르며 장면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로 기능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단서가 등장하거나, 주인공 황시목이 사건의 핵심에 접근할 때는 특유의 저음 기반 긴장 사운드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시청자의 집중도를 급격히 끌어올립니다.

특히 ‘Forest of Secrets’라는 테마곡은 사건의 복잡한 구조와 인물 간의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데 탁월했습니다. 이 곡은 음계 구성 자체가 불협화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보다는 긴장과 경계심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김준석은 스토리의 흐름뿐 아니라, 시청자의 심리 상태까지 음악으로 유도하는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더 글로리: 복수 서사와 감정의 깊이를 음악으로 풀어내다

<더 글로리>(2022~2023)는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주인공 동은의 복수 과정을 서정적이고 서사적으로 풀어낸 드라마입니다. 김준석 음악감독은 이 작품에서 ‘슬픔의 깊이’와 ‘복수의 서늘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음악 연출로 극의 분위기를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피아노와 현악 중심의 테마곡들은 주인공의 감정선과 완벽히 맞아떨어지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잔상을 남겼습니다.

대표 OST 중 하나인 ‘Pain and Glory’는 정적인 피아노 멜로디와 천천히 진행되는 스트링 사운드를 통해, 동은이 느끼는 내면의 고통과 복수의 집념을 그려냅니다. 이 곡은 드라마의 슬로우 씬에서 자주 사용되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장면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단지 음악이 흘러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장면을 '이끌고 가는' 기능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또한 김준석은 감정 표현을 절제하면서도, 복수의 계획이 전개되는 순간마다 정교한 음의 배치를 통해 극의 전개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슬픈 음악이 아닌, 내면의 울분과 갈등이 뒤섞인 ‘복합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낸 것은 그의 뛰어난 연출력과 해석력 덕분입니다. <더 글로리>는 기존 OST들이 다루기 어려웠던 무겁고 복합적인 정서를 김준석의 방식으로 성공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김준석 음악감독은 드라마에서 음악이 단순히 배경이 아닌, 이야기의 구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인물입니다. <시그널>, <비밀의 숲>, <더 글로리> 세 작품에서 그는 각각의 장르와 감정선에 맞는 음악을 정교하게 설계하며,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김준석의 작품을 통해, 음악이 시청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앞으로도 그의 음악이 한국 콘텐츠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